2026년 3분기 금융서비스 전망
상반기 내내 시장을 압박했던 성장 둔화 우려와 물가 상승 압력이 하반기에도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분명 달라지고 있습니다. 관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정점을 지나면서 성장과 물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조금씩 걷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중앙은행들은 아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은 금리를 인상했고, 미국 연준과 영란은행 역시 긴축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 바라보는 방향은 과거보다 앞으로의 변화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상반기에는 리스크가 더 커질 가능성을 걱정했다면, 지금은 리스크가 얼마나 빠르게 완화될 수 있는지가 관심사입니다. 금융업 입장에서도 이는 중요한 변화입니다. 금리와 신용환경에 민감한 업종이라는 점에서 경기 여건의 개선 속도와 통화정책의 방향이 올해 하반기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관세
무역 환경 역시 상반기에 비해 한결 안정된 모습입니다. 미국 대법원이 이른바 ‘Liberation Day 관세’의 상당 부분에 제동을 걸면서 관세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줄었습니다. 대통령의 단독 결정에 따라 정책이 급격하게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도 이전보다 약해졌습니다. 향후 의회가 관련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지 않을 경우, 평균 실효 관세율은 최고 수준이었던 약 20%에서 8% 안팎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상반기에 시장이 우려했던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부담이 상당히 완화된 수준입니다. 그동안 미국 자산과 달러에 대한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던 것도 결국 정책의 예측 가능성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변화는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에너지
에너지 시장에서는 분위기 변화가 더욱 뚜렷합니다.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이 체결한 양해각서를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해상 봉쇄 해제가 추진되고 있으며, 이후 60일 동안 제재 완화와 원유 수출 정상화 절차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4.2%는 대부분 에너지 가격 급등의 영향이었습니다. 당시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23.5%, 휘발유 가격은 40% 이상 상승했습니다. 반면 근원물가는 이미 안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브렌트유 가격은 분쟁 당시 고점인 배럴당 약 115달러에서 30%가량 하락한 상태입니다. 상반기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렸던 가장 큰 요인이 이제는 반대로 물가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얼마나 오래 봉쇄될지를 걱정했습니다. 이제는 유가 하락 효과가 공급망과 소비자 물가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될지가 관심사로 바뀌고 있습니다.
통화정책
상반기 시장을 흔들었던 관세와 에너지 관련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되면서 시장의 시선은 다시 연준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6월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3.50%~3.75%로 유지했습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드러난 정책 기조는 이전보다 훨씬 매파적이었습니다. 연준 위원들의 2026년 금리 전망 중간값은 3월 3.4%에서 3.8%로 높아졌고, 금리 인하를 예상하던 분위기 대신 추가 인상 가능성이 부각됐습니다. 18명의 위원 가운데 9명이 금리 인상을 전망했으며, 17명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히 상방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시장은 이 부분을 조금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연준이 우려하고 있는 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 가격 급등에서 비롯됐는데, 그 에너지 가격이 최근 빠르게 안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은 예전보다 낮아졌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낙관 일색인 것은 아닙니다.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리면서 자산 가격이 추가로 크게 상승할 여지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수익성은 유지될 수 있지만, 장기채권 등 듀레이션 자산의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는 환경입니다.
글로벌 경제 전망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가장 큰 변화는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반기에는 관세, 에너지 가격, 지정학적 갈등이 동시에 시장을 압박했습니다. 기업들은 경기 상황 자체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투자와 채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들어 이런 제약 요인들이 하나씩 완화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구조적인 변화가 끝난 것은 아닙니다. 부채, 산업 변화, 규제 변화, 그리고 지정학적 재편이라는 큰 흐름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다만 시장을 흔들었던 단기적인 충격이 줄어들면서 경제 주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지 않고 기업 실적도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연초에 비해 시장 전망의 불확실성도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입니다.
금융서비스 부문에 미치는 영향
긍정적 전망
현재 환경은 금융업에 비교적 우호적입니다.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쉽게 내리지 않는 만큼 은행은 순이자마진을 유지할 수 있고, 보험사는 더 높은 수익률로 자산을 재투자할 수 있습니다. 유가가 하락하고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기업과 가계의 상환 능력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금융회사 전반의 신용 리스크를 줄이는 요인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예정대로 이행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쟁 프리미엄도 점차 사라질 것입니다. 상반기 동안 크게 올랐던 해상보험료와 무역금융 비용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책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자본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주춤했던 M&A와 채권·주식 발행 시장이 살아나면 금융회사의 수수료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금리 차입자에게는 부담이지만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리는 수익성을 지지하고, 관세와 에너지 충격 완화는 신용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듀레이션 리스크
다만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금융업 전망을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변수는 여전히 듀레이션 리스크입니다. 연준이 매파적 태도를 실제 금리 인상으로 이어간다면 은행과 보험사가 보유한 채권 포트폴리오의 평가손실이 다시 확대될 수 있습니다. 2022년과 2023년에 시장이 경험했던 상황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보는 이유는 현재 경제 흐름과 정반대 방향의 시나리오이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가격은 하락하고 물가 압력도 점차 약해지고 있는데, 연준이 과거 물가 상승만 보고 추가 긴축에 나설 경우 시장은 예상치 못한 부담을 안게 될 수 있습니다. 금리가 다시 상승하면 이전 사이클에서 발생했던 채권 평가손실도 재차 확대될 수 있습니다. 미국 금융권의 미실현 손실 규모는 정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감소했지만 여전히 약 3,000억~4,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유럽 역시 ECB 기준 최고 1,240억 유로까지 확대됐던 손실 가운데 상당 부분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2022년과 같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 경쟁이 다시 시작된다면 단기적인 이자 수익 증가보다 자산 평가손실 부담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지 않은 시나리오로 보고 있지만, 금융업 전망을 가장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는 점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사모신용 리스크
지난 분기 금융시장의 주요 우려 요인 가운데 하나였던 사모신용 시장도 최근 들어 압력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입니다. 금리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경기 침체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차입 기업들의 재융자 부담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민간 자금 의존도가 높은 소프트웨어·기술 기업에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위기를 걱정하기보다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영역에 가깝습니다. 사모신용 시장 규모는 약 1조 5천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위험자산 규모는 약 1,000억~2,250억 달러 수준이며, 전체 은행 대출 대비 익스포저도 약 7.5~8.0% 정도로 추정됩니다.
유럽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관련 익스포저가 총자산의 1% 미만이며, 자본 여력도 충분한 편입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유럽 금융기관 자체보다 미국 금융기관과의 연결성, 그리고 시장 내부 구조의 낮은 투명성입니다. 금융 환경이 개선되면서 관련 우려도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금융서비스 산업 전망
연초 이후 금융업을 둘러싼 여건이 가장 우호적인 분기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높은 금리 수준은 수익성을 뒷받침하고 있고, 유가 하락과 무역 갈등 완화는 신용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투자심리 회복까지 더해진다면 자본시장 관련 수익도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금융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예외는 있습니다. 연준이 이미 약해지고 있는 물가 압력을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판단하고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듀레이션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며 지금의 긍정적인 흐름을 상당 부분 훼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기본 시나리오라기보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위험 요인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금융업 전망의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라는 점에서 계속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금융 산업 현황 및 리스크 요인
한국 금융산업은 은행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금융중개 기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성과 자본적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가계대출 및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 중심의 금융구조에서 벗어나 기업·첨단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확대하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 중요한 정책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는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하여 향후 5년간 150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고, 2026년에는 30조원을 직접투자, 간접투자, 인프라 투융자 및 저금리 대출 등의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반면,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국내 금융산업의 주요 구조적 리스크 요인으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및 부동산 가격 변동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의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은행의 자산건전성과 대손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저성장 및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가계의 상환능력 저하 가능성도 중장기적으로 금융기관의 신용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역시 금융산업의 핵심 잠재 리스크로 평가됩니다.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사업성 평가와 부실사업장 정리 등에 따라 PF 익스포저 및 연체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으나, 2025년 말 기준 금융권 PF 익스포저는 174.3조원, PF대출 연체율은 3.88% 수준으로 여전히 상당한 규모입니다. 특히 부동산 경기 회복이 지연되거나 지방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부진이 지속될 경우 저축은행, 증권사, 캐피탈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손실 및 자본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금리 및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시장 위험과 유동성 위험도 주요 리스크 요인입니다. 금리 변화는 은행의 순이자마진뿐만 아니라 보험사의 장기보험부채 및 자산운용, 증권사의 채권 및 투자자산 가치, 금융회사의 자본비율 등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보험업권은 저출산·고령화와 함께 IFRS 17 및 K-ICS 도입으로 장기부채에 대응하는 장기자산 확보와 자본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금융산업의 디지털화와 AI 활용 확대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리스크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회사들은 AI를 활용한 신용평가, 이상거래 탐지, 고객관리, 투자 및 보험심사 등 업무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개인정보 및 금융데이터 보호, 사이버보안, AI 모델의 정확성 및 편향, 모델 리스크와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 등 새로운 위험요인에 대한 관리체계 구축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금융소비자 보호 및 내부통제에 대한 감독 강화도 금융기관의 주요 경영 리스크로 볼 수 있습니다. 금융상품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디지털 금융거래가 확대됨에 따라 불완전판매, 금융사고, 내부통제 미흡 등에 대한 금융회사의 책임이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회사들은 단순한 재무건전성 관리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내부통제, 소비자보호, 정보보안 등 비재무적 위험에 대해서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한국 금융산업은 전반적으로 높은 자본 및 유동성 수준을 바탕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가계부채, 부동산 PF, 금리 및 시장변동성,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전성,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디지털·AI 및 내부통제 관련 위험이 주요 잠재 리스크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금융기관의 자금운용 방향이 부동산 및 가계대출 중심에서 기업·첨단산업 및 자본시장 중심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어, 향후 금융산업은 건전성 관리와 성장산업에 대한 자금공급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